시편 97편
- 김정훈 목사
- Dec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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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단어 중에 “현현”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한자로는 顯現 인데, 두 한자 모두 ‘나타날 현’이 됩니다. 앞에 현은 뚜렷하게 드러나 보이는 것을 뜻하고, 뒤에 현은 지금 나타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곳에 무엇인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영어로는 epiphany 인데 갑작스러운 깨달음이 생겼을 때 쓰일 때도 있지만, 주로 교회에서 ‘하나님의 나타나심’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오늘 본문인 시편 97편은 하나님의 현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제한된 인간의 언어로 하나님을 나타낸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지만, 하나님이 현현하셨을 때 이 땅이 어떤 반응을 하게 될지 표현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구름과 흑암” (2절) 은 하나님께서 시내 산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나타나셨을 때를 기억하게 합니다 (신명기 4:11). 시내 산에서의 하나님의 현현 이후로 성경의 많은 저자들이 이 표현을 통해 하나님을 나타냈습니다. 구름과 흑암이라는 표현과 함께 의와 공평, 대적들을 불사르는 불, 세상을 비추는 번개 등은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엄위하심을 나타내기 위해서 시편 기자가 사용한 어구들입니다. 여기서 하나님을 만난 사람들은 주 앞에서 밀랍 같이 녹았습니다 (5절). 하나님의 거룩하심 앞에서 우리는 두려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우리가 경험하는 일반적인 두려움과 다릅니다. 보통의 경우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은 목숨의 위협을 느끼거나 극심한 고통이 다가올 때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은 하나님의 거룩하신 위엄 앞에서 모든 피조물이 무릎을 꿇게 되는 두려움입니다.
모순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하나님의 통치는 모든 피조물에게 기쁨이 됩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은 기쁨과 두려움이 공존합니다. 하나님의 의와 공평으로 다스려지는 완전한 세상에서 땅은 즐거워하고 많은 섬은 기뻐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성도들은 하나님을 기뻐하며 악을 미워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따르는 많은 의인들을 하나님께서 기뻐받으십니다. “의인을 위하여 빛을 뿌리고 마음이 정직한 자를 위하여 기쁨을 뿌리시는도다” (11절). 오늘 묵상을 통해 하나님의 거룩하심 앞에 두려워 떨며 서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통치를 기뻐하며 하나님의 의와 공평을 찬양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